중기 후편 승단하며... (수련기- 이지훈) 2014.10.16
본문
작성자 : 박홍진< 수련기 - 총본원 이지훈 >
나는 매일 점심 무렵에 나만의 의식을 행한다. 11시 40분에 사무실에서 간편한 옷을 입고 나와 택시를 불러 세우고 종로 3가 국일관 입구로 가자고 한다. 국일관 부근에 있는 어느 허름한 빌딩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의 국선도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1시간 20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생소한 동작들을 할 것이다. 내 하루의 중요한 부분은 그렇게 점심시간에 일어난다.
<?xml:namespace prefix = o />
그 의식의 초점은 ‘비우기’이다. 내 하루의 나머지 부분들이 ‘채우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점심시간의 그 의식은 정반대이다. 머리 속에 있는 온갖 상념들을 애써 비워보려고 한다. 매 호흡마다 들숨과 날숨을 의식하려고 노력하며, 단전 아래 부분에 마음을 집중해 보려고 한다.
상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마음이 비워지려는 순간, 어느새 새로운 상념이 끼어든다.
그러면 또 생각한다. ‘어, 너 또 나타났구나.’ 상념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냥 마음에 들고 나감을 지켜보라고 한다.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본다. 사람의 머리엔 하루에 평균 4000개의 생각이 수시로 드나든다고 한다. 즉 14초에 한번씩 생각에 변화가 생긴다. 국선도를 하는 의미는, 내 마음이 이처럼 원숭이 같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 있는 것 같다. 그걸 아는 것 만으로도 일상 생활에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화가 일어나면 그 화를 바라본다. ‘아, 화가 났구나.’ 스스로 우스꽝스러움을 객관화해 바라보게 된다.
수련에는 여러 동작이 있다. 서서도 하고, 앉아서도 하고, 다리를 배배 꼬아서도 한다. 그 의미를 이렇게 생각해 본다.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취하면서도 마음을 비울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라고. 그러고 보니 요즘은 길에서 잠시 멈춰 설 때, 엘리베이터나 전철을 타기 전에 잠깐 서 있을 때, 전철이나 택시를 타고 갈 때도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쉬면서 단전 아래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곤 한다.
자연에서는 더 수련이 잘 되는 것 같다. 등산을 가면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중기단법 동작을 해본다. 맑은 바람이 뺨을 스치고, 물소리가 귀에 들리고, 모래와 자갈, 썩은 나뭇잎이 발바닥에 닿는 촉감을 느낀다. 숨을 들이쉴 때는 내 숨이 이 산 전체를 가득 채운다고 생각하고, 내 쉴 때는 단전아래에 모아 본다.
국선도 하면서 골프도 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 경치 좋은 골프장에 가서도 경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골프 공만 보였다. 그러니 집에서 골프 공만 바라보고 온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국선도를 하니 경치가 보인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소나무의 결이 보이고, 물들어가는 단풍이 보인다. 공이 안 보이고 자연이 보이니 오히려 공이 잘 맞는다.
나는 점심 시간의 국선도 의식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을 맞추려고 하면 더 맞지 않는 이치를 더 배워 볼 생각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